250304 크레스티드 게코 도마뱀 첫 입양 팁, 도도시 이용 후기, 수컷 크레 2달 사육기
코로나 19시기, 잘 모르겠으면 나랏님 말 듣는 게 낫다는 신조를 가진 20대 초반의 나는 착실하게 집안에 틀어박혀 유튜브와 친구를 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내 알고리즘 중 가장 높은 비중이 생물.
정브르, 생물도감, 해수인TV, 다흑 등등.. 그 때 부터 이 크레스티드게코 도마뱀 등등에 대해 알게 됐다.
동물다운 동물은 키울 형편이 안 되니, 베타(물고기)를 작게 키워보고 싶어서 어항과 섬프, 온도계까지 전부 사 놨더랬다.
아무튼 인생의 격동기에 있었다 보니 수명 2년을 다 채워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으로 밤을 새우다 포기.
그로부터 2년 여 지난 작년, 회사 선배가 동네에 있는 파충류샵 [게코아일랜드] 에 방문했다가 도마뱀의 감촉에 푹 빠져 집사가 되었다.
덕분에 그 친구를 만져 볼 기회가 생겼는데, 영상으로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촉감에 나도 푹 빠져버렸다.
부러움의 6개월.
입약 직전까지 결심이 서다가도.. 늙어서 힘없이 매달리지도 못하는 도마뱀을 케어할 생각을 하면 막막하고..
해 줄 수 있는 것도 없어 발만 동동 구르며 괴로워 할 미래의 나..를 생각하며 꾹 참았더랬다.
그치만 이런 고민이 장기화 되니 피로감이 쌓이고
현생도 더럽게 잘 안 풀리는 와중에 입양병이 도지니
이럴 바엔 입양하고 후회하는 게 내 정신건강 [총량]에는 더 낫겠다. 생각해 입양했다.
입양결정
-색감을 정하다-
하얀 피부를 가진 릴리화이트라는 모프를 입양하고 싶어서 그쪽 위주로 찾아 봤었는데
한 6개월쯤 도마뱀 관상을 보다보니까. 아무리 하얗던 도마뱀도 어차피 나이 들면 탁하고 누래지는구나 깨달았다.
다들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면서 잘 언급하지 않는 건데, 나이가 들면 채도가 빠지고 색감이 변한다.
나이 든 개체들을 많이 보다보면 아 어떤 애가 이렇게 되는구나 하는 감이 드는데, 아무래도 2~4년이 발색의 절정이고 그 이후부터는 변하는 듯 하니 늙어도 사랑해 줄 수 있는, 취향에 맞는 도마뱀을 입양하기를 바란다.
나는 애초에 노란 색이면 모를까. 흰색/갈색인데 노래지는 건 또 싫어서 그냥 노란 애를 입양하기로 했다.
엄청 비싼 하이엔드급이 아니면 어차피 모든 도마뱀은 전체가 아니라 일부라도 꼭 노래진다-는 것이 내가 내린 결론이다.
-관상을 보다-
핀스트라이프는 왠지 단순해 보여서 싫고, 알록달록한 트익할이 마음에 들었다.
그 중에도 색대비가 좋다는 고퀄 친구들, 화이트 핀이 박힌 반짝반짝한 친구들 위주로 찾다가 입양문의 마지막 단계에 가서 거의 엎어졌다.
어쩜 얼굴들이 길고 크라운이 작은지. (*비쌀수록 얼굴까지 예쁘긴 하다)
짧은 주둥이에 큰 눈, 게딱지 얼굴형을 찾던 나는 '이 모프나 형질에서는 이 정도 얼굴이 한계다'하는 장벽이 있음을 깨닫고 말았다.
짧주에 게딱지는 핀스트라이프 아가들이 압도적으로 예쁘다.
고퀄 트익할도 한 게딱지 하는 친구들 많다만, 도살의 크기(떡대체형..)까지 만족하려면 핀스트라이프가 최고다.
근데 슬프게도 핀스트라이프는 죽어도 내 취향이 아닌 거지...
얼굴 예쁜 트익할...을 얼마나 찾아다녔는지 모르겠다 정말...
-성격을 보다-
이만하면 신랑감을 찾아도 이것보단 덜 까다롭겠다.
암튼..
나중에 혹시라도 재분양하게 될 때를 생각하면, 돈을 들여서라도 브리딩 가치가 있는 친구가 좋겠지만 돈을 쓸래도.. 쩝.
고퀄리티 친구들은 대부분 브리더들이 기르기 때문에 성격이 원만할 가능성이 희박했다.
나는 특히 첫 입양이고, 수컷을 찾고 있어서 애의 천성적인 성격이 중요한데..
브리더와 대화를 해 보거나 소개 글만 봐도 알 수 있다. 형질과 그램수, 메이팅 정보를 소개하는 데만 열심일 뿐 애 성격이나 특징을 소개하는 데가 없었다.
결국 눈도장 찍어두었던 개체들을 모두 포기하고 피들 앱을 지웠다. 파사모에서 개인 분양을 찾아나서기 시작.
브리더가 아닌, 진짜 반려동물로 키우다가 개체수 조절을 위해 분양하는 분께 입양을 받았다.
입양한 종은 크레스티드게코-모프 없음(노멀)-트리플익스트림할리퀸(대충 도마뱀계의 삼색이)
쉽지는 않았다. 90%의 브리더들 사이에서 10%의 개인분양을 찾아야 했고,
그 중에서도 아이를 사랑으로 길러서 외형적인 것 말고도 이것저것 설명해 놓으신 분,
그 중에서도 성체 수컷, 근데 퀄리티도 괜찮고 얼굴이 예쁜 도마뱀을 분양하시는 분..
을 찾아야 했다.
#짧주 #짧은주둥이 #귀염상 #왕눈이 #성체숫 #미남도마뱀 등 별에별 키워드로 다 검색했었다..ㅎ....
그렇게 하나, 운명적으로 찾은 분양자님..
하필 지역이 울산이라 도마뱀이 국토 횡단을 하다가 아프기라도 하면 어쩌나 또 한~~~참을 고민했다.
그런다고 도마뱀이 가까이 오는 것도 아닌뎁쇼.
쨌든.. 먼 길 오는 만큼 포장 잘 부탁드린다며 당부하고.. 도도시를 신청했다..
울산>서울 초장거리 도도시..
만약에 생길 수 있는 꼬짤 사고를 감수하고라도 개체와 전주인분의 맘씨(텍스트로 느낄 수 있는..)이 맘에 들었다.
입양 당시 사진.
주둥이가 진-짜 짧고 크라운(볓)이 큰 모습. 잘 먹은 통통한 체형. 주인분의 상세한 설명까지 마음에 쏙 들었다.
문의할 때 꼭 동영상을 요청하였는데, 사육장 크기에서 느껴지는 사랑... 숨어있는 걸 끄내는데도 얌전한 성격..
이 친구다 싶었다.
입양 첫 날 0304 화요일
마음 먹으니 거래는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푸딩컵에 가득 담긴 푸짐한 도마뱀이 울산에서 올 걸 생각하니 기다리는 내내 있는 신 없는 신 다 찾게 되더라 제발 건강하게 오게 해 주세요.
픽업지는 마포의 [피쉬앤게코하우스]. 기존에 [다이노마켓]이 참 가까워서 좋았는데 분당으로 이사해서..
30분을 걸어야 하는데, 택시를 부를까 말까 고민..
픽업하는데, 피쉬앤게코 사장님?(직원?)이 옆에 편의점에서 온음료 하나 넣어서 가면 괜찮을거라고 해서 걸었다.
그래도 혹시 추울까봐 품 안에 넣고 종종걸음.
#겨울도도시 #겨울파충류입양 #겨울크레입양 요즘 기온은 0도~5도 사이.
개체는 꼬짤 없이 잘 왔다. 저기 주황색 봉투가 도도시 포장지인데, 안에 단열재가 있는 쇼핑백 형식에 입구를 밀봉할 수 있었다.
도착 샵은 습도와 온도가 맞춰진 상황이기에 안에서 봉투를 밀봉하면 20-30분정도는 거뜬히 유지되는 것 같았다.
습도가 높고 따땃한 샵 환경 덕분에 잔뜩 파이어업 된 귀여운 도마뱀.
아이 상태확인 하고 가시라고 해서, 살짝 들여다 봤을 때가 진짜 화려하고 예뻣는뎁..
여기는 그렇게 습하고 따뜻하지 않아서 100%파업된 걸 아직 못 보고 있다.
아무튼 도도시는 아주 만족.
입양한 뒤의 모습.
첫날이라 어디 숨어서 안 나올 줄 알았는데 의외로 엄청 활발했다.
몇 시간만에 푸딩통을 탈출해 대놓고 사육장을 누볐다. 내가 보고있는데도 잘만 돌아다녔다..
일단 며칠은 밥도 먹이지 않는 게 낫겠다 싶어 그냥 둠.
제발 스트레스 받지 마라 << 프로 집사가 된 지금, 이 도마뱀은 전혀 스트레스받지 않는 상태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사람붙힘이 참 잘 된 도마뱀
입양 둘째날 0305 수요일 - 이름을 정하다. 창창이
입양 셋째날 0306 목요일 - 첫 피딩
입양 둘째날 0307 금요일 - 사회화와 첫 귀뚜리
귀찮아서 제목만 쓴다. 내용 채울 타이밍을 놓침.
앞길이 창창하기를 바라면서 창창이로 지었다. 푸르른 창창을 생각했는데 까마득하다 창창의 의미가 더 큰가 싶어서 고민.
뭐.. 창창하니까 오래 살기를 바라면서. 장수기원의 뜻이 나쁘지않은 거 같아 그냥 확정했다.
창창이.
입양 셋째날 0308 토요일 - 두번째 피딩
준비한 슈푸 : 2.4ml 콧물농도
창창이 피딩 시간 : 18분
먹은양 : 1.1ml
준비한 슈푸 : 1.4ml 아주조금 더 꾸덕하게
나용이 피딩 시간 : 16분
먹은양 : 8ml
처음에 2.1ml 탔다가, 조금 더 늘려서 2.4ml 탔고요!
창창이 먹이고 나용이까지 다 먹였을 때 0.6ml 남은 거거든요
성체 적정 급여량이 약 2.0ml라서,
(어제 귀뚜리 먹었으니) 각 1.0ml먹는 게 목표였어요
창창이는 개코딱지만큼 핥아먹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꾸준히 먹는 타입이고
나용이는 한번 먹을 때 핥핥 꽤 많이 먹다가 쉬는 걸 오래 하는 타입이었어요
나용이 더 먹이고 싶었는데, 손에 잡고 핸드피딩 한 거라 20분 안 넘기려고 해서 놔줬어요. 애가 쿨타임이 길더라...
애들은 불편한 기색 없이 손 위에서도 잘 먹어요
다만 창창이는 머리에 손가락 올려서 살짝 감싸쥐어야 편해하고, 나용이는 예민해서 그런지 쥐는 것보단 사진처럼 올라가 있을 때 더 잘 먹었어요.
몸무게 재 보니까 나용이 살은 꽤 빠진 게 맞더라고요.. 골반도 약간 앙상한 편이라 피딩 주기를 늘려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슈푸는 입에 대자마자 잘 먹던데, 생각보다 핸드피딩이 편한건지도... 중간에 약간씩 머리를 들긴 하던데, 한참 기다려서 핥핥할 때 먹이면 또 한참 잘 먹어요..! 먹일 양 정해놓고 길게 먹이먄 금방 나아질 듯!
같이 키우는 회사 선배에게 보낸 카톡 모음.
겨울이라 그런지 애가 밥을 안 먹어서 걱정이라 Tmi가 장황하다.
뉴진스 음악 틀어놓고 둠칫둠칫 하면서 먹였다. 나용이는 훨씬 예민해서.. 사진 찍으려 음악 멈추니 바로 얼더라 칫.
암튼 애가 처음 온 날에 비해 많이 말라서 걱정이다 알도 한번도 안 낳았다는 게 아무래도 걱정인데.. 창창이 들고 있다가 나용이 드니까 애가 너무 마르고 앙상해보여서 반드시 슈푸을 먹여야겠다는 생각이 듦.
창창이 케어하는 김에 열쉬미 먹여야지.
5월이다. 벌써 도마뱀 입양한지 두 달이 지났다.
야심찬 포스팅의 시작과 달리 지금은 이 글을 마무리하는 것이 기적일 정도로 귀찮다. 도마뱀을 키우는 게 그만큼 적응이 되어서 그럼.
생물 하나가 인생에 들어온 것 치고는 하나도 번거롭지 않고 대수롭지 않아서 놀랍다.
별 새삼스러운 걸로 글을 쓴다는 느낌이 들 정도.
내부 기물 청소는 일주일에 한번씩, 전체 물청소는 한달에 한번 해 준다.
바닥재는 3~4일에 한번 갈아주려고 한다(까먹으면 주에 1번 한다.)
이 글을 읽는 초보 도집사에게 추천하고 싶은 건, 도마뱀용 캘린더(달력)를 운영하는 것이다.
언제 피딩을 했는지, 바닥재를 갈고 청소를 했는지, 몸무게는 얼마인지 메모장에 적는 것보다는 캘린더가 직관적이고 편하다.
은행달력 아무거나라도 괜찮으니 도마뱀용으로 하나 쓰기를 추천.
우리 도마뱀은 이렇게.. 잘 지낸다. 탈주도 잘 한다.
아이의 자립심을 존중하고자 팔이나 몸을 타고 오르는 걸 굳이 막지 않는 편인데, 급발진 해서 뛰어내리는 경우 너무 빨라서 잡기도 힘들다.
저게 수컷의 지랄병이구나..싶다.
나용이(암컷)는 안 그런다..
풀파업한 모습은 은근 보기 힘들다. 유튜브에서 개체 소개/자랑 할 땐 인위적으로 풀파업 만든 상태이니 그 모습을 보고 부러워하거나 그런 색을 상상하고 입양하지 말자.
논파업상태가 마음에 드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
나는 논파일 때도 애가 귀여워 죽겠다. 어쨌든 짧주 씹덕상이라서..
파업했을 때 올라오는 순백의 화이트포톨이 이쁘기도 하지만 어차피 아이폰이라 사진에 나오지 않는다.
어차피 자랑도 못할 거라 모라도 상관없는 것.
발정은 2주에 한번? 애가 유달리 내 손을 물려고 한다.
무는 게 전혀 아프지는 않음. 빨래집게도 유난이라고 본다.
물론 다른 유튜브 보니까 진짜진짜 아프게 무는 미친 도마뱀들도 있나보던데? 믿기진 않음
얘는 애초에 붙임이 잘 된 친구라 세게 물지 않는다.
수컷 입양 진짜 걱정할 필요 없음. 얘 두 살임. 완전히 성숙한 도마뱀인데 진짜 발정 전혀 신경 안 쓰임.
분무하러 딱 봤는데 눈이 살짝 돌아있으면 아 오늘은 귀엽게 물어주는 날이구나 싶어서 기대가 될 정도.
사슴벌레마냥 가만히 있는거보다는 지랄도마뱀인 게 재미있고 좋다.
혹자는 정액뿌려서 힘들다고 하는데 글쎄, 얘는 아직 그래놓은 적이 없음.
수컷 좋아요. 겁먹지 말자!
사랑으로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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