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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트디자이너 김모은 입니다. 일상과 작업을 공유합니다. ◇ □ ◇ ○ → 모두모은

2024 펜타포트 후기 즐겁지 않음.

  • 2024.08.05 15:37
  • essay

 

올해 펜타 후기는 짧게.. 존나 길어짐

 

 

모쉬나 슬램이 없어도, 뛰어놀지 않아도, 춤추지 않아도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한참 쳐다봤다.

나만 어울리지 못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내내 들었다.

'락 페스티벌은 이래야 한다'는 주관 같은 건 없지만 뭔가 아닌 것 같았다.

내가 락 페스티벌에 와 있다는 흥분도 기대감도 없었다.

날씨도 좋고 개같치 덥지만 비도 돌풍도 없이 쾌적한데 하나도 웃기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 한참 생각해 봤다.

내가 사랑했던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어땠는지.

 

웃긴 복장을 한, 각자의 나름대로 화려하게 꾸민 사람들을 구경하며

저 사람은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구나 추측하고, 간간히 어깨형님들의 배틀자켓을 보면서 존나 멋지다고 떠들고,

공룡탈을 입은 사람을 보며 웃기도 하고, 사람들이 날리는 비눗방울을 보며 좋아하고,

아티스트 무대에 집중했다가 등 뒤에서 벌어진 핏에 밀려 얼떨결에 슬램도 했다가

물총쏘는 사람에게 좀 더 뿌려달라고 환호하기도 하고, 넓게 벌린 핏에서 스캥킹도 하고 춤도 추고, 춤추는 사람을 부추기고 웃고

모르는 사람과 어깨동무하고 한 곡 내내 뛰기도 했으며 엄청난 규모로 노도 저어보고

아티스트 멘트가 지루할 땐 하늘에 날리는 깃발들을 보면서 웃고 공감도 하고...

 

물론 그때도 똑같이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이 있었다. 사람도 많았다. 그렇지만 즐거웠다.

올해는 아님.

 

 

--

라인업무새가 되고 싶진 않지만... 나는 펜타포트가 이대로 '뮤직페스티벌'을 지향한다면 나아지지 않을 문제라고 느꼈다.

지금의 상황은, '우리 모두 같은 음악을 좋아해서 이렇게 한 자리에 모였다'는 반가움과 소속감을 느끼기 힘든 것 같다.

각자 나름의 사정을 가지고 이곳에 모였는데, 그 이유가 서로 전혀 공감되지 않는 상황.

 

락 음악을 좋아하는 자들이 그들의 무대에 굶주려서 만들었던 구질구질한 락 페스티벌은 없다.

서로에게 동질감과 측은지심을 느끼며, 좋아하는 밴드를 응원하고 소리 지르고 놀던 문화가 없다.

 

 

-

뭐, 장르의 통일성이 없다는 문제만으로는 끝나지 않는다.

3일 내내 사람들을  관찰해 봤다.

사람들이 그저 멀뚱히 무대를 보고 있는 게 이상했다.

음악이 너무 좋으면 몸이 주체가 안 되는 그 기분을 아는 사람은 알 거라고 생각한다.

미쳐서, 너무 좋아서 춤추고 소리 지르고 구호를 외치는 소위 씹덕 매니아들이 너무 없었지 않나.

그런 사람들이 주변에 하나라도 있으면 별 생각 없다가도 덩달아 신나고, 어영부영 따라 하며 놀다 보면 재밌고 그런 건데 올해는 그런 걸 경험하기 어려웠다.

 

무대를 관람하고 조용히 감동받는 게 관람 문화인 밴드(아티스트)도 분명 있다. 그건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그런 팀을 개많이 부르는 것이 이 락 페스티벌에 득인지 실인지는 구분해야 하는 것 아닌가.

 

락팬들이 조롱해 마지않는 아이돌 파티, 드림콘서트도 올해 펜타보다는 분위기가 고조되어 있다. 아까 말했던 것과 같이, 관람 방식이 락 스타일이 아니어도, 흥분해 있는 씹덕이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 재밌게 놀기 충분하다.

이렇게 다양한 팀을 섭외해서 티켓파워가 있었을지는 모르겠으나, 그 사람들이 1인분의 표값 이상의 것이 될 수 있었는지를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걸인레드 무대는 정말 좋았다. 매니아가 많았고, 특히 불여우단 근처에서 여성들이 모여 걸인레드의 노래를 떼창 하는 건 장관이었다. 최고.

 

 

-

반면에 몇몇 슬램존에서는 이상한 광경이 벌어졌는데, 흥분한 씹덕이 많아야 되는데 그냥 흥분한 사람..이 많아서 멋진 그림을 만들어보고자 하는 사람들은 애가 타고 흥분한 사람은 계속 날뛰는... 모습...대참사

 

락음악이라는 게 대중문화에서 기반한 거니까. 그간에 쌓여온 '보편적인 룰'이라는 게 분명히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나는 그걸 주장하는 걸 꼰대라고 부르고싶지 않다.

*여기서 락페에 룰이 어딧냐고 하는 사람은 좀 맞아야됨. 한국 페스티벌의 문화는 홍대 공연판에서 존속되고 있다. 1년에 한번 페스티벌에서 띡 만들고 사라지는 그림이 아니다. 공연 좀 보러 와라.

'너는 순종적인 편이라서 그래' 라고 하면 할 말 없다. 하지만 나는 닥눈삼(닥치고 눈팅 3일)의 법칙을 절대적으로 믿는다.

페스티벌 붐으로 인해 신규 유입이 갑자기 너무 많아졌다.

그 상황에서 아이돌밴드까지 합류하면서 관람 문화가 종잡을 수 없어졌다. <<운영진이 영대급으로 트롤한 부분이라고 생각함)

 

슬램은 10000% 절대 위험하지 않지만, 통제되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 슬램은 위험한 게 맞다.

그렇다면 안전하게 놀 수 있게 해 주는 게 맞을 일이지, 못하게 해 버리는 건 절대 옳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못하게 한다고 기존 관객들이, 이미 재미를 본 다수의 신규 관객들이 조용히 볼 리가 없다.

몰래 하다가 다치기나 하지.

 

 

---

락페 몇 번이나 가 봤다고.. 가타부타 말 얹을 짬이 안 된다는 걸 안다.

하지만 나는 이번 2024 펜타포트에서 분명한 소외감을 느꼈고, 적어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이유를 찾고 싶어서 생각해 본 것을 글로 남긴다.

무작정 '별로 재미없었어요'하는 건 비난이니까.

어쩌면 내가 정말 도파민에 찌든 펑크충새끼라서 저자극에는 반응이 안 온걸지도 모른다.

근데 나의 락판 선배님이 그랬다.

올해 즐거웠다고 하는 사람들은 꼭 이 구성이 아니어도 그랬을 거라고. 크라잉넛이나 노브레인을 불렀어도 똑같았을 거고, 어쩌면 더 즐거워했을지도 모른다고.

 

동의.

 

 

사진 밖까지 사람들의 1/3이 앉아있는데 이게 락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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